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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레이/이슬라이] 2017.03.05 롤겜만화 전력 2회 - 상처


통각을 켜놔도, 불인지, 얼음인지, 시전 이펙트도 똑같아서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 다시 해 보자. 그전에 내가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줄 테니까.’

 

상처입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처했을 때. 그것이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을 직감했을 때.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고, 거부하거나, 움츠러들거나, 도망치게 된다.

 

정말 내가 해도 되는데...”

 

고통은 싫다. 불로 살이 지져지는 통증과, 얼어붙어 아득하게 사라지는 감각.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을 후벼 파는 상처가 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몽이 되는 기억이다. 형형하게 빛나던 눈빛이 아직 눈앞에 선명히 떠올랐다.

 

상처가 아물면 딱지가 지고, 딱지가 떨어지면 흉터가 생긴다. 하얗게 솟은 살결은, 볼록 튀어나와 손끝에 덜컥 걸릴지언정 통증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피가 흐르다 못해, 짓물러가는 상처는.

 

“...아픈 건 똑같잖아.”

 

그런 상처를 짓이기는 행위가 내킬 리 없었다. 선뜻 내가 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할게. 너 통각 설정 싫어하잖아?’

 

네 대답에 가장 먼저 안도감이 들어버린 스스로가 경멸스러웠다.

그리고 네 다정함이, 아프게 나를 덮쳤다.

 

너는 나를 싫어하잖아, 라이퀴아. 내가 너를 상처 입혔다. 타인에게 상처 입는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는, 후회하고 있어. 정말로. 그 모든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후회하고 있어.

 

그런데도 너는 그 고통을, 으레 내 것이 되어야할 상처를 대신 떠안겠다 말한다.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나를 위해서. 너를 배신했던 나를 위해서. 이미 네게 상처를 주었던 나를 위해서. 이것은 너의 상냥함일까, 아니면 한심 천만한 나에 대한 불신일까.

 

원래 켜고 다니는 사람이랑 켰다 껐다 하는 사람이랑 같애? 걍 관둬. 너 이거 탱 해본 적은 있어? 원래 캐스터들한테 잘 안 시키잖아.”

 

라이퀴아는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며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나는 주로 솔플 자주 해서 익숙하니까. 문 연다?”

? 나도 당연히 해 봤..”

뭐 뭐 보라고?”

검이랑 활. 문 열자마자 정면에 둘.”

 

라이퀴아와 에피타이저는 이슬레이의 말을 무시했다. 이슬레이가 통각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자신이 마법탱을 서겠다는 이슬레이의 주장은 재고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 다시 해 보자.’

 

친절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제가 대신 맡겠다는 다른 딜러의 의견을 묵살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다가오는 발소리, 올라간 입꼬리. 손에 이는 불길과, 그 빛이 반사된 눈동자. 그 시선. 나를 지켜보던 다른 두 파티원들. 눈앞으로 다가오는 불길.

 

그전에 내가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줄 테니까.’

 

욱씬.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명치 아래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흉곽의 안쪽이 텅 비어버린 듯한 공허함, 여전히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그의 웃음. 결코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일이 없었던 그 사람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내가, 해야만 하는. 내가 입어야 하는 상처고, 내가 한심해서 견디지 못했을 뿐인,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인데.

 

문이 열리고, 바위산 너머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노을 진 하늘, 세 마리의 몬스터. 익숙한 풍경이었으나, 한 가지가 달랐다. 내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등.

 

통각센서를 켜지 않으니, 통증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나관리가 빠듯한 샌드스톰에선 마음껏 힐을 할 수 없었고, 낫지 않은 상처에서 울리는 통증은 언제나 집중을 방해했다. 이미 온 몸이 아픈 상태에서, 마법 도트딜의 통증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것은 힘들었다. 그 위에 더해진, 실수에 대한 부담감. 마법을 사용하는 보스를 눈앞에서 마주하고, 등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비숍의 눈길을 느끼고 있노라면, 두려움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했다.

 

그러나 없다. 등 뒤를 쫓는 서늘한 시선도, 온몸을 울리는 은근한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등이 보인다. 두 사람의. 보스의 앞을 가로막고 선.

 

너였다면 좋았을 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만나게 된 사람이 너였다면. 그 사람이 아니라. 며칠이나 같이 트라이를 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겪었던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

 

간다! 3!”

 

너희들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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