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라이] 2017.02.26 롤겜만화 전력 1회 - 약속
“뭐? 거야 니 마음이지. 알 빠야? 니 길드 니가 알아서...”
“니 길드야.”
툭 튀어나온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평소의 여유는 사라진 채,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 그 뚱한 얼굴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했을까.
“난 아직 영웅 소속이야. 그리고 마지막 길드원이기도 하지.”
실내에서도 람다 특유의 건조한 공기는 여전했다. 퍽퍽한 모래냄새가 섞여들었다. 상업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아슬람과는 전혀 다른 냄새. 하지만 이슬레이는 쉽게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둑한 밤. 조명에 비친 얼굴.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다던 라이퀴아.
‘전부 널 배신하더라도, 네 옆에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으면 그게 다인 거야.’
‘..네가 해 주겠다고? 그 사람을?’
‘푸하하.’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약속이 목구멍까지 역류해 올라왔으나, 이슬레이는 피고름을 삼키는 심정으로 애써 말을 멈췄다.
‘길드를 만들자. 널 위한 길드. 너를 위한 사람들로만 채우는 거야.’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이었고, 다짐이었다. 남은 것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 뿐이었다. 그로 인해 상처받은 라이퀴아는, 자신의 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말로 동정을 사고, 억지로 용서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못 견딜 것도 아니었다. 그의 눈물을 본 그날로부터 수개월이 지나도, 그 긴 시간동안 단 한 명만이 남은 길드창을 바라볼 때에도. 못 견딜 것은 없었다.
‘너를 위한 사람들로만 채우는 거야.’
너를 위한 길드. 너의 길드. 네 길드, 영웅.
나는 영웅 소속이었어, 라이퀴아.
“내 말 알아듣겠어, 라이퀴아?”
네가 아직 나와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네게는 약속처럼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너와 약속을 했고, 아직도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나를 너의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던, 나를 결코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확신이 있다던 너의 말에도. 그 먹먹함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좋았다. 그래서 그 날 밤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너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어.
영웅은, 너의 길드였고, 하지만 나로 인해 악몽만이 남은 과거의 흔적이 되었다. 네가 원치 않는다면 영웅은 해체해야 하겠지. 그래서 네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네가 더 이상 영웅을 원치 않는다면. 너를 위한 길드와, ‘마지막까지 네 곁에 남아있고 싶어 하는 단 한 사람’을, 네가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면. 나에게는 더 이상 이 길드를 이어갈 명분이 남지 않아.
너와의 약속을 지킬 명분이 남지 않아, 나의 마스터.
“난 길드를 해체하고 싶지 않아, 마스터.”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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