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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창작/이슬라이]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진짜로.. 뭐하고 있는거지..

여러분 키사님 타임아웃 보세요 타임아웃 개짱됨(눈물팡

저는 병원을 드라마로 배운 사람입니다 뭔소리야 싶으신건 그냥 넘어가주세요(눈물팡2


***


대학병원은 언제나 사람이 많았지만그 사람들이 모두 환자나 의료진인 것은 아니었다환자의 보호자병문안을 온 사람들청소나 보안등병원의 관리를 위해 고용된 직원들그리고 특정 환자를 쫓아온 불청객들.

VIP로 분류될 법한 유명인사가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는 날에는복도를 오가며 기자 한 둘쯤 마주치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온 라이퀴아는 비상구의 문을 열다가문 너머의 인기척을 느끼고 잠시 동작을 멈췄다아주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성인 남자 둘오가는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기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 누구 유명한 사람 들어왔나?’

 

눈에 띄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뻔해서라이퀴아는 귀찮더라도 한 층을 더 내려가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닫으려는 찰나 들려온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면라이퀴아는 그대로 미련 없이 뒤돌아 계단을 내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선배여기 걔 있는 병원 아니었어요?”

누구?”

있잖아요. XX그룹 회장 손자..”

회장님 손자.. 이슬레이?”

 

문이 닫히기 직전이었다아주 조금만 더 손을 움직이면 됐다하지만 라이퀴아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을 멈춰버렸다.

 

어어걔 여기 의사로 있긴 할 텐데.. 근데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냐?”

?”

아니걔 변호사 안하고 의사하겠다고 의대 졸업했다가 호적에서 파였잖아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에엥진짜요몰랐어.”

 

라이퀴아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들은 적 없는 이야기였다사실 이슬레이는 라이퀴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지만라이퀴아는 그것들을 캐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그것은 그가 관심을 가질 필요도이유도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몇 년 전이었더라사모님한테서 연락이 왔었거든걔가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하겠다고 의대 들어간 건 이쪽에선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고.. 이번에 로스쿨 합격했는데그걸로 기사 하나 써달라고.”

 

딸깍딸깍볼펜을 누르는 소리가 났다라이퀴아는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 소리가 거슬린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그런 부탁을 왜 하시나 싶긴 했는데해달라고 하시면 해야지 별수 있냐너도 알지그 사모님.. 암튼 그래서 내가 알던 선배가 써서 송출까지 다 했는데결국엔 로스쿨 안가고 그대로 의대 졸업했지아마 그대로 공보의까지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배는 애한테 압박 넣으려고 기사 냈을지도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사모님 성격이랑 그때 뉘앙스상.”

 

라이퀴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끝이 저려왔다듣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 자식과 연관된 이야기는무엇이 되었든 피하는 것이 좋았다하지만 라이퀴아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 XX그룹 집중적으로 파고 있던 애들 사이에서는 잠깐 씹을 거리 좀 되긴 했는데이젠 텄지졸업식이 아니고 국가고시 붙고 바로 의절 당했다는 말도 있었고.. 아무튼 요즘 그쪽계열 행사에는 얼굴 한 번 안 비치잖아아예 부르지도 않는 것 같던..”

 

막힘없이 줄줄 말을 쏟아내던 남자는 문득 말을 멈췄다곧이어 등짝을 힘껏 후려치는 소리와하는 다른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니근데 이 새끼는 몇 년차가 이딴 걸 나한테 듣고 있어그러고 어벙하게 굴면 너 나중에 굶어죽어새끼야.”

선배님진짜 아파요어우..”

 

그런데 로스쿨 안 들어간 게 왜 씹을 거리씩이나 됐대요그때까지 반항 한 번 안하던 얌전한 도련님이 갑자기.. 소리 없이 닫힌 문에 뒷말은 가로막혀 들리지 않았다라이퀴아는 천천히 문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지금 들은 이야기가 자신에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의미를 부여해야할 의무도 없다이미 몇 년 전에 벌어졌던 일들이고이제 와서 알았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돌이킬 수는 없는 일들이고따지자면 그것은 이슬레이의 문제였다이슬레이는 선택을 한 것이고라이퀴아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선택과 행동에 휘말린 피해자였다.

그래도.. 라이퀴아는 이어지려는 생각을 억지로 끊어내며 계단을 내려갔다.

 

 

이 새끼가 진짜 사람 빡치게 하네나도 늑골 한 대 부러트려줄까요아주 가루 날 때까지 예쁘게 다져줄 수 있는데.”

무서워라어떡하지다리가 풀려서 일어날 수가 없네진정될 때까지 조금만 더 앉아있을게.”

생각에 잠겨있던 라이퀴아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긴 다리를 꼬고 앉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이슬레이의 얼굴에는 익숙한 비웃음이 걸려있었다컴퓨터를 짚은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준 에이스는와루캥이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진즉 주먹을 휘두르고도 남았을 만큼 흉흉한 기색으로 씨근거렸다.

레옹도 응석도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정말로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라이퀴아는 결국 두 사람 사이로 몸을 끼워 넣었다에이스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고냉소적이던 이슬레이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또 왜 이래의국에서 싸우지 마비켜이슬레이그거 내 의자야넌 또 왜 여기까지 와서 우리 애들 괴롭히고 있어.”

미안해라이퀴아.”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 이슬레이의 입술이 보기 좋은 미소를 그렸다조금 전까지 띠고 있던 비웃음과는 확연한 온도차였다라이퀴아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지금은 왠지 얼굴을 보기가 불편했다역시 듣지 말걸 그랬지지금에 와서 생각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라이퀴아는 그런 생각을 했다.

라이퀴아는 평소보다 더욱 퉁명스러운 태도로 이슬레이를 밀어냈지만이슬레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보란 듯이 라이퀴아와 다른 사람들을 차별했고상대를 막론하고 시비를 걸다가라이퀴아의 말 한 마디면 꼬리를 내렸다.

너 빨리 안돌아가그렇게 시간이 남아돌아샐쭉한 표정을 지은 채 투덜거리는 라이퀴아에게 이슬레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나 오프야너 보려고 왔어와루캥은 에이스가 뿌드득 이를 가는 소리를 들었다흉흉한 분위기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사실 이 공간에서 딱 한 명만 나가주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인데상대는 전혀 그럴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살벌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입을 열려던 라이퀴아의 목소리는응급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가로막혔다라이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국 밖으로 달려 나갔고이슬레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라이퀴아를 뒤따라 뛰어갔다에이스와 레옹 역시 다급하게 의국을 뛰쳐나왔다.

 

***

 

의사라는 새끼들이? X!”

 

안전요원들에게 짓눌린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남자는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사흘 전 응급실로 실려 왔었던 환자라고 했다응급실 의료진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계획적으로 흉기를 숨긴 채 응급실에 들어와 난동을 부린 것이라고 했다.

라이퀴아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큰 부상자는 생기지 않은 듯 했다안전요원들은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남자가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자 자신을 따라왔던 이슬레이가 곧바로 남자를 덮쳐눌러 몸싸움을 벌였고에이스까지 가세하자 만취한 40대의 남자는 간단하게 제압되었다.

라이퀴아는 제 곁에 서있던 에이스의 등을 토닥였다잘했어에이스라이퀴아의 목소리에에이스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짧게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라이퀴아는 고개를 돌려 이슬레이를 찾았다오프라더니괜히 찾아왔다가 험한 일 말려들었네잘했다고 말이라도 해줘야지칼 든 사람한테 그러고 뛰어드는 놈인 줄은 몰랐는데라이퀴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이슬레이를 발견했다그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던 라이퀴아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미친!”

 

높아진 라이퀴아의 목소리에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다라이퀴아는 이슬레이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이슬레이는 라이퀴아를 돌아보았다아직 약간 넋이 빠진 듯 멍했던 얼굴에 반사적으로 미소가 어렸다.

 

라이퀴아괜찮아다친 데 없어?”

미친 새꺄너 손!”

 

라이퀴아는 이슬레이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을 향해 돌려세웠다라이퀴아의 말에 이슬레이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손바닥에서 손목으로 길게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렀다이슬레이는 눈을 내리깐 채 천천히 손을 오므렸다가같은 속도로 펼쳤다손가락을 하나씩 까딱여보던 이슬레이는 라이퀴아를 향해 웃어보였다.

 

괜찮아잘 움직여.”

..”

 

바보 같은 말에 라이퀴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바닥으로 핏방울이 떨어졌다라이퀴아는 이슬레이의 몸을 다시 돌려세워허리를 두 손으로 떠밀었다이슬레이는 순순히 비어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

 

라이퀴아도 이슬레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이슬레이는 쌓여있는 지저분한 거즈를 애써 외면했다커튼 밖에선 끊임없이 소리가 들려왔다말소리걸음소리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그 밖의 많은 소리들하지만 이슬레이는 의식적으로 그 모든 소리들을 밀어냈다눈앞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숨소리에 비하면 조금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검사 받으러 가또 그때처럼 미련 떨지 말고.”

싫은데.”

손에..!”

 

라이퀴아는 울컥해 목소리를 높이려다숨과 함께 말을 삼켰다이슬레이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써전이.”

 

라이퀴아는 이슬레이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이슬레이는 깨끗한 붕대로 압박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러게어쩌지흐르듯 지나간 중얼거림에 라이퀴아는 다시 한 번 손끝이 저린 느낌을 받았다.

 

의사 못하면 변호사나 하지 뭐나 머리 좋잖아.”

“...”

 

이슬레이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서려있었다라이퀴아는 이슬레이의 얼굴을 흘겨보다가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몰라네 마음대로 해.”

 

라이퀴아는 챙길 것들을 긁어모으듯 급하게 챙겨 자리를 떠버렸다.

이슬레이는 바닥으로 떨어진 거즈 한 장에 시선을 던졌다피로 젖어 더러워진 거즈를 보자 참을 수 없이 역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구둣발로 거즈를 침대 아래로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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