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히삼/신선즈/논컾]
programming ... 98 / 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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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눈을 떴다. 아직 드림배틀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러나 그다지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드림배틀은 곧 시작될 것이고, 신선들은 곧 완성될 것이다. 그들은 아직 이름조차 가지지 못했으나, 그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모두 완성되는 순간 그들은 가장 합당한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더 컴퓨터는 그들에게 신선의 이름을 부여할 것이고, 영웅의 이름을 가진 군주의 선택을 받을 때까지 선계에서 실력을 갈고 닦게 될 것이다. 그는 천천히 신선들의 이름을 되짚어보았다. 제갈량, 서서, 주유, 사마의, 방통.. 그다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없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일종의 오류일 것이다. 그는 그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영웅패와 신선은 군주의 승리를 위해서, 군주가 가진 꿈을 더욱 크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감정이란 가장 불필요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신선은 주인이 되는 군주와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게 된다. 또한 그들의 정교하고 방대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사고방식, 감정표현 등의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신선의 탄생은 특정한 하나의 감정에 기반을 두며, 그 감정에 지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는 자신이 비롯된 감정을 분석해보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 입력된 지식만으론 스스로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면밀히 살피던 그는, 스스로를 버그로 단정했다. 자신에겐 주군의 승리, 차기 옥쇄의 관리자라는 욕망 외에도 다른 욕망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성능을 살펴보았다. 자신은 제법 만족스러운 규격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마 선계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성능일 것이다. 만들어지고 있는 다른 신선들의 프로그램도 꼼꼼히 점검했다. 성능이 낮은 신선들은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성능이 뛰어난 신선들은 조금 눈에 담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과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존재 역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몇몇 프로그램을 골라냈다. 자신보단 못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견줄 수는 있을 신선도 있었고, 자신과는 아스라이 멀어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눈에 띌 만큼 특이한 모양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선도 있었다.
차분히 신선들을 골라내던 그의 손이 우뚝 멈췄다.
거대한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살피는 그의 감정에 파문이 일었다.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신선이 가질 수 있는 규격 외의 크기와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욕망을 가로막을 가장 큰 적수가 누구일지는 분명해졌다.
이미 거진 완성된 프로그램을 다운그레이드 하거나, 삭제할 수는 없었다. 드림배틀은 지척이었다. 이제 와서 이 거대한 프로그램을 섣불리 건드린다면, 마더 컴퓨터의 운영체계에 어떠한 혼선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드림배틀 자체에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그는 완성 직전의 프로그램에, 아주 약간의 수정만 가하기로 했다.
그는 그 거대한 규격의 신선과, 쳐다볼 가치도 없는 미약한 신선의 프로그램을 열었고 그들의 기반이 되는 감정을 살폈다. 하나는 행복으로부터, 하나는 허무로부터 만들어진 신선들이었다.
“허무라..”
딱 알맞은 속성이었다. 그는 두 신선의 감정을 뒤바꿔버렸다.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신선은 행복을 갖게 되었다. 그는, 혹은 그녀는 열렬히 행복을 쫒게 될 것이나 그 행복을 스스로의 손으로 움켜쥘 능력은 갖지 못할 것이다. 그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신선은 허무에 잠기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며, 결코 어떠한 의욕도 스스로의 희망이나 꿈도 품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는 내친김에 다른 신선들의 프로그램을 모두 열었다. 자신감으로부터 태어난 신선에겐 약간의 오만을 집어넣었다. 호기심으로부터 태어난 신선에겐 조금 더 열렬한 탐구열과 함께 자신의 버그를 심었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을 거친 그대로, 마지막 코딩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곧 드림배틀이 시작되면..
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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