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기타

who lives in a dream (가제)

O.A 2016. 9. 19. 00:50

일단 생각난 것만 급하게 쓰는 러프

언제 정식으로 쓰게 될지는 모르겠음...

 

칸커크칸/스팍커크 예정

 

쓰면서도 이거 말이 되나 모르겠다 그타트렉 예전 드라마 시리즈도 다 찾아봐야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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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추가적인 인력 증원을 요청한 적 없습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이건 '권고사항'이 아닐세, 커크 대령."

요크타운을 한바탕 뒤집어엎었던 소란이 가라앉고, 엔터프라이즈의 건조가 마무리되어갈 즈음이었다. 사건의 전말과 엔터프라이즈호의 상태,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선원들의 활약 등을 포함한 상세한 보고가 지구로 보내졌고, 스타플릿의 수뇌부는 결론을 내렸다.

"전투능력 미비라니. 애초에 저희는 군사기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이지. 내키지 않는 것도, 이 인사에 불안한 것도 이해하네. 하지만 커크. 자네의 탐사 임무는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임을 잊지 말게. 그동안 자네의 함선이 망가진 것은 몇 번이고, 자네의 선원들이 목숨을 걸었던 것은 몇 번이었는지. 전투나 전쟁이 아니더라도, 엔터프라이즈에는 병력이 필요해. 적어도 스스로를 지킬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더는 불평 말게, son. 자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나.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봤네. 상부의 뜻은 이미 확고해."

커크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조용히 뇌까렸다. 전투 장교 증원이란 말이지요.

사실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상할 것도, 꺼림칙할 이유도 없었다. 많은 선원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되었고, 손실된 인원들은 늘 보충되어왔다. 엔터프라이즈 뿐 아니라, 모든 함선들이 그런 식으로 운행되어왔다. 우주는 늘 거대하고, 위험했다.

그러나 커크는 아랫배를 묵직하게 누르는 것 같은 불안감에 기분이 불쾌했다. 커크는 사건이 종결된 직후 보고서와 함께 인력증원을 요청했고, 그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파견된 선원들은 이미 배치와 담당 업무 하달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스타플릿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보내온 전투 장교. 그것도, 도착 당일, 2시간을 앞두고.

커크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그에게 없었다.


***


그리고 커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질 나쁘고 웃기지도 않은 농담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제 곁에 서있는 멕코이의 표정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 자신뿐만이 아님을, 그리고 이것은 농담도, 착각도, 꿈도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존 해리슨 중령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소속 전투 장교로 배치되었습니다."

칸은 담담한 얼굴로 커크를 향해 패드를 내밀었다. 커크는 패드를 받아들면서도 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칸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조롱의 빛조차.

칸은 붉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무소속도, 포로도 아니었으니 검은 셔츠가 아닌 붉은 셔츠를 입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커크는 문득 그 색이 무척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칸은 검었다. 머리카락, 걸친 옷가지, 그런 단순한 요소들을 넘어 존재의 본질 자체가 검은색이었다. 커크는 칸을, 우주보다도 더욱 검은, 빛조차 빨아들여 파괴해버릴 블랙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파괴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행성조차 집어삼키는 특이점 같은 것이라고.

칸의 뒤로 몇 명의 붉은 셔츠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 몇 명은 커크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몇 명은 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커크는 그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엔터프라이즈는 스타플릿에서 가장 저명한 함선 중 하나였고, 수많은 이들이 탑승하기를 원했다. 엔터프라이즈에 처음 발을 들인 이들은 으레 신기해하거나, 주눅이 들거나, 불안해하거나, 어떤 식으로는 어색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처럼, 혹은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단호한 눈빛들을 하고 있었다. 오직 칸,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칸은 자신을 노려보는 커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칸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의 눈에는 초점이 분명했으나, 그는 어쩐지 조금 멍해보였다. 그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 판단한 커크는 간단한 악수와 가벼운 인사로 칸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커크는, 예상도 하지 못한 손님을 만났다.


***


"섹션 31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대령님."

바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커크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바 안쪽에 마련된 룸으로 자리를 옮긴 커크는,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했다. 칸의 뒤에 서있던 사람들 중 두 명이 그 방 안에서 커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던 두 사람은 커크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커크는 손짓으로 그 둘을 다시 앉히며, 자신도 그들의 맞은편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서늘한 냉기가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마커스 제독이 존 해리슨을 섹션 31의 비밀요원이라고 소개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런 조직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파이크 함장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고요."

"그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적으로 저를 불러내서 하시려는 말씀이 뭡니까? 업무나 탐사에 관련된 일이라면 정해진 루트를 이용하여 접촉해주시죠. 제 일등항해사의 말버릇을 빌리자면 그것이 '규정'입니다."

커크는 자신을 마주한 남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섹션 31은 스타 플릿의 일반 명령 및 규정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커크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나 그의 기분이 언짢아지건 말건, 어쩌면 오히려 그 사실에 즐거워하며, 상대는 커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 대단한 조직이 왜 내 앞에 나타난 겁니까? 심지어 저 잘나신 존 해리슨과 함께?"

"섹션 31은 지구와 행성 연방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헌신합니다."

"웃기는 소리 마시죠. 농담이라면 제 의사가 훨씬 소질이 있을 것 같군요."

"섹션 31의 존재는 비공식적이며,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신의 은사였던 파이크 함장님 역시 저희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남자는 커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편이 당신에게 더 도움이 되겠지요. 혹시라도 그가 모종의 이유로 비밀 첩보조직의 존재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은폐하는 데에 협조했을지도 모른다며 겁을 드리기보단 말입니다."

"이제 시간은 그만 끌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나를 왜 따로 불러낸 겁니까?"

 

커크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는 커크를 향해 패드를 하나 내밀었다. 스타플릿에서 지급하는 표준규격의 물건은 아니었다. 단말기 일련번호가 적혀 있어야할 자리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알파벳이 나열되어있었다.

 

"저희들의 존재는 저희가 선택하고 허락한 사람들만이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저희가 당신에게 접촉하는 의미를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커크는 대답하지 않고, 패드의 화면을 넘겼다. 패드에 저장된 자료는 단 한 가지뿐인 듯 했다. 패드 위로 가장 먼저 떠오른 정보는 칸의 얼굴과 존 해리슨이라는 이름이었다.

 

"섹션 31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며, 당신을 영입하는 문제 또한 진지하게 고려 중에 있습니다."

". 유감이군요. 아쉽게도 제 관심사는 우주와 탐사 뿐, 비밀 첩보나 무기 개발 같은 일에는 아무런 흥미도, 재능도 없으니 반려해주시길."

"그렇습니까.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거부하고 싶다고 한들, 결국 당신은 승낙하게 될 텐데요. 이 일에는 당신과 당신 선원들의 목숨, 더 나아가 스타플릿의 안전이 직결되어있으니 말입니다."

 

패드의 화면을 넘기던 커크의 손이 우뚝 멎었다.

 

"무슨 뜻입니까?"

 

남자의 말에 대한 물음이기도, 패드에 떠오른 정보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질문일수도 있었다. 그에 남자는, 두 가지의 질문 모두에 답이 될 수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섹션 31은 지구와 행성연합의 안전과 유지를 위해 봉사할 뿐입니다."

 

Commander John Harrison

Project : PTSD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제게 믿으라고 말하는 겁니까? 차라리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말을 믿겠습니다."

"물론 평범한 자극과 자연적인 상태에서 칸 누니엔 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그의 정신력과 자가 치유력은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성급히 판단하지 마시고, 다음 내용을 읽어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커크는 불신의 눈빛으로 패드의 화면을 넘겼다. 그 속도에 맞춰, 남자는 유창하게 부가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섹션 31은 마커스의 실책을 여러 방면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칸을 직접적으로 속이려 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으며, 또한 오만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칸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도 결국 그를 완벽히 속일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칸 누니엔 싱은 귀중한 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올린 보고에 따르면 그는 혼자서 클링온의 비행선을 부수고 수십 명을 순식간에 도륙할 수 있는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칸은 단지 한 명에 불과합니다. 저희는 증강 인간을 완벽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스타플릿이, 개개인의 능력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약 70여명의 칸을 더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스타플릿의 안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저희는 칸의 두개골을 열어 미세전극칩을 삽입하였으며, 주기적인 약물과 호르몬 주사로 현실검증력을 극도로 약화시킨 뒤 그를 다시 깨웠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관찰한 결과, 전극칩의 작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해가 안 가시는 표정이시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칸 누니엔 싱은 현재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으며,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를 허구로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의 생각과 눈앞의 상황을 분간해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패드를 넘기는 커크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칸 누니엔 싱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자 테러범이고, 크게는 이름조차 모르는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파이크를 죽인 원수였고, 엔터프라이즈를 부숨으로서 자신과 선원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자였다.

그는 벌을 받아 마땅했다. 그의 테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커크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죽어 마땅한 인물일지도 몰랐다.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 있을지, 그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이 그에 해당하는가 역시 누구도 확답할 수 없을 것이다. 칸이 이런 형벌을 받아 마땅한가? 누군가에겐 그럴 것이고, 누군가에겐 아닐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칸 누니엔 싱의 정신력은 인간의 것을 초월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 했을 테지만, 그는 전투 훈련을 비롯한 고난이도의 훈련과 교육까지 모두 수료한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전의 투입입니다. 극한 상황의 자극 속에서 그가 보이는 반응에 대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며, 저희 두 사람을 비롯한 몇몇 섹션 31의 요원들이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되어 온 것입니다."

"존재조차 비밀에 부쳐진 비밀 첩보기관 치고는 너무 많은 정보를 쉽게 알려주시는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들은 당신을 영입하는 것 역시 고려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고작 이 정도의 정보로는 당신은 섹션 31에 대한 그 무엇도 추적해낼 수 없습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은닉은 필요 없겠지요.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함장."

 

이윽고 커크가 패드에 저장된 마지막 정보를 열람했다. 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설명을 마쳤다. 그 무엇보다 냉혹하고 잔인한 표정이었다.

 

그를 영원히, 안전하게 속일 수 없으니, 그가 그 무엇을 느끼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가 다른 증강인간들에게 가진 애정, 칸 누니엔 싱과 우생학 전쟁에 대한 기억, 때때로 느끼거나 느꼈던 분노나 폭력성, 마커스와 스타플릿에 대한 반감, 인류에 대한 적의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꿈속의 일로 치부하게 만들어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