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육룡이 나르샤

[육룡이 나르샤 / 방원무휼] 제목.. 모르겠다.. 무제.. 1/2

O.A 2016. 3. 9. 11:46

제목짓는게 제일 귀찮다... 무제...

시점은 1차 왕자의난 이후..?


***


순금부.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곳이었다. 인두로 살을 지지고, 난장을 놓고, 밥을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는 곳. 누군가가 원하는 자복이 이루어 질 때까지, 결코 나올 수 없는 곳. 그러다가 결국엔 옥사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곳.

널찍한 마당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에는, 피로 흰 옷을 붉게 물들인 무휼이 앉아있었다. 방원이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뒷모습 뿐이었다. 손잡이에 단단히 동여맨 팔과, 꽉 움켜쥔 주먹. 그리고 가쁘게 숨을 헐떡이며 오르내리는 어깨 뿐이었다.

"아직도 바른대로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뭣 하느냐, 다시 틀어라!"

"으.. 아..!"

벼락같은 호령이 떨어지자 무자비한 고신이 다시 시작되었다. 주리를 트는 병사들의 표정도, 그를 명한 자의 표정도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무휼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것이 보였다. 억지로 비명을 억누르는 그 모습을 보며, 방원은 절로 이가 갈렸다. 미련한 것. 비명을 지르고 엄살이라도 부릴 것이지. 어찌 그리 미련하게 굴어.

결국 무휼이 세 번째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고신은 계속되었다. 정신을 잃은 그를 병사들이 억지로 끌어내어 끌고가는 모습을, 방원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먹을 쥔 손이 떨렸다.


"..무휼."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에도, 무휼은 퍼득 몸을 떨었다. 잠이 든 줄 알았는데. 무휼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마.. 마마.."

"괜찮으냐."

자신도 언젠가, 저런 옥사에 갇힌 적이 있었다. 고려 말. 이인겸과 척을 졌던 그 때. 그때도 이런 질문들 받았고, 자신은 뭐라 대답했더라. 괜찮겠냐. 그리 대답했던 것 같다.

"괜찮..습니다."

무휼은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옥사의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방원은 다급히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옥사의 창살을 움켜쥐었다. 무휼이 쓰러져있던 자리엔 이미 피가 흥건했다. 다리를 질질 끌며 그에게 다가오는 그 자리를 따라,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

"아니다, 무휼. 그럴 필요 없다. 편히 있어."

그러나 무휼은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아득바득 창살의 앞까지 기어온 그는, 창살에 몸을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 괜찮습니다, 마마. 걱정.. 마세요.."

말을 하는 동안에도 닥쳐오는 고통으로 연신 얼굴을 찡그리면서, 무휼은 그리 답했다. 방원은 그런 무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져온 물병을 창살 안으로 밀어넣었다. 물병을 잡기 위해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올리려는 무휼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다. 입만 벌리거라."

"송구.. 합, 니다.."

방원은 무휼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천천히 물을 흘려넣어 주었다. 힘겹게 물을 받아마신 무휼은, 방원을 보며 설핏 흐린 웃음을 지었다.

"어찌.. 그런, 표정이십니까.. 제가 마마께, 심려를 끼..친 것입니까."

"무휼.."

"걱정 마세요, 마마. 전.. 전 정말로, 괜, 찮습니다."

가진건 튼튼한 몸뚱이밖에 없는 놈 아닙니까. 그리 말하며 웃는 무휼은, 그 말을 하는 도중에도 숨이 가빠 몇 번이나 기침을 뱉었다. 방원은 천천히 손을 뻗어 무휼의 뺨을 어루만졌다. 무휼은 그 손에 제 얼굴을 부비며, 작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마마.."

"낮에 네가 추포되어 끌려갈 때, 네가 그랬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에 어찌나 가슴이 섬뜩했는지 아느냐."

깜빡. 순한 강아지를 닮은 눈방울이 천천히 깜빡였다. 질문이 담긴 그 눈빛을 보면서, 방원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이 자조의 뜻임을 알아챈 무휼은 조용히 방원을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로 그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마마.."

"네가 잡혀가는 그 와중에, 네가 알고 있는 것, 만일 그것을 발설한다면 내가 해야하는 것, 앞으로 닥칠 일들, 그런 것들을 헤아리고 있었단 말이다."

방원은 시선을 떨어트렸다. 손 끝에 닿는 무휼의 살갗이 아팠다. 감히 만져서는 안될 것을 만지는듯한, 스스로에 대한 자기혐오가 들끓었다. 패륜을 저지르면서까지 힘을 원했는데, 자신은 아직도 이렇게 무력하다.

"미안하다, 무휼. 너를 제대로 지켜줄 수 없는 못난 주인이라 미안하다."

무휼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약한 몸짓이었지만, 방원은 분명 그렇게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 몸짓을 보며, 방원은 벌레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음 속에 벌레가 한 마리씩 산다고 했던가. 그에겐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벌레는, 온몸을 기어다니며 살갗을 물어뜯고 있었다.

"너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수 없는 정인이라 미안해."

방원은 무휼의 얼굴에서 손을 거뒀다. 지독한 벌레가, 제 손을 타고 넘어가 무휼의 얼굴까지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손을 옥사 밖으로 빼내기 전에, 따듯한 온기가 그를 붙잡았다. 힘겹게 들어올린 손으로 방원의 손을 잡은 무휼은, 숨을 헐떡이며 방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것이, 왜 미안하십..니까."

"무휼.."

"전.. 그런 마마가, 좋습니다. 어찌.. 겨우 이런 일에, 이리 절절매세요."

무휼은 한참동안 쿨럭이며 기침을 했다. 온몸이 망가진 아이가 그 고통에 못이겨 힘겹게 신음하는 모습을, 방원은 가라앉은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무휼은 두 손으로 방원의 손을 움켜쥔 채, 젖은 눈으로 방원의 눈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전, 죽지 않습니다. 요동에서의 말씀, 아직,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요동. 얼마 되지 않은 시절인데, 벌써 아득한 기억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긴박하게 들이닥쳤고,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였고, 너무나 많은 감정에 휩쓸렸다. 무슨 말을 했던가. 죽을 곳으로 걸어들어가던 그 때에.

"조심하세요, 마마. 저도 없는데.. 위험한 사람들 만나시고 그러면, 아니 되십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게냐.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방원은 그 말을 삼켰다. 그가 옥사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더 들어두고 싶었다. 고통 가득한 목소리지만, 그 안에 분명하고 또렷한 심지가 느껴졌다.

"마마가 사셔야.. 그래야, 저도.. 저도 삽니다.."

방원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그대로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차마 무휼의 손을 꽉 움켜쥐지도 못하고, 그렇게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 그리 생각하였지. 그리 말했었지.

방원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창살 너머의 무휼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헐떡이는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갈라져 터진 입술과 피냄새가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입술에 오래도록, 자신의 입술을 내리누른 방원은 무휼의 이마에 제 이마를 기대며 낮게 속삭였다.

"조금만 더 버텨다오. 내가 꼭 너를 구해낼 것이다."

무휼이 작은 소리를 내며 웃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럼요. 제가 어찌 마마를 믿지 않겠어요. 이 조선땅에 마마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방원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속으로,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조용한 다짐을 뇌까렸다.

살자. 함께 살자. 나와 함께 살자, 무휼아.


***

오타 수정은 나중에.. 귀찮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