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썰] 이릉대전 上
내가 보고싶은대로 리라이팅 1. 이릉대전 上
유비는 오나라를 정벌할 뜻을 밝혔으나 제갈량은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이를 반대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뜻을 굽히지 않았으니, 보다못한 조운이 제갈량을 거들어 유비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비는 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조운을 꾸짖었다.
너는 비록 우리와 도원결의 하지는 않았으나 관우와 장비는 너를 형제처럼 대했다. 그러나 너는 어찌 그들의 의리와 신의를 저버리고자 하느냐?
그리고 좌우에 명하여 조운을 끌어내 매질하게 했다. 제갈량은 조운의 나이가 많아 무거운 매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 간하며 용서하여 줄 것을 엎드려 울며 빌었으나, 유비는 더욱 엄중히 좌우를 재촉할 뿐이었다. 조운은 모진 매를 맞으면서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으니, 그를 지켜보는 모든 대소신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유비는 여전히 울며 엎드린 제갈량에게 말했다.
내 승상의 몸이 약함을 이미 알고 있는 바, 차마 매질을 할 수는 없소. 그간의 정과 공을 생각해 이번만은 특히 벌을 내리지 않겠소. 만일 나를 도와 내 아우의 원수를 갚을 것이라면 나를 따르시오. 그러나 계속해서 내게 천륜을 져버리라 간할 것이라면, 전날 그대가 말했듯, 낙향하여 밭을 갈고 누에를 치며 검소히 사는 것이 좋겠소이다.
제갈량은 울며 답했다.
누추한 초려를 세 번이나 찾아주신 무거운 은혜를 아직 갚지 못하였으니, 신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덕 많고 인자하신 폐하의 성정에 기대어, 주제넘는 부탁을 하나 더 드리고자 합니다. 조 장군은 폐하께서 신을 만나기도 전부터 폐하를 따르며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그간 세운 공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 덕 없고 공 없는 량보다 더 중한 벌을 내리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조 장군은 장판파의 수십만 군사 사이를 누비며 아기씨를 구해온 장수 중의 장수이나, 이젠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같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그간의 공을 생각하시어 이만 벌을 거두어주시고, 신과 함께 낙향하여 소를 치며 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하도 간곡하여 노한 유비의 성정도 조금 누그러졌다. 유비가 매질을 멈추라 명하자, 조운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두 발로 유비 앞으로 걸어와 절했다.
부디 옥체 보전하시옵소서.
유비는 이미 조운과 제갈량의 뜻이 굳은 것을 깨닫고, 소매를 뿌리쳐 그들을 물렸다. 제갈량과 조운은 유비에게 길게 절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낙향하였다.
유비는 60만 군사와 함께 동오로 짓쳐들어갔다. 그러나 누가 예상이나 하였으랴. 유비의 대군은 한 장수의 책략에 꺾이고, 기치는 부러졌으며, 병사들은 앞과 뒤가 모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늘이 이 비를 버리시는가!
유비가 하늘을 우러르며 한탄하자, 그의 곁을 지키던 관평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가 거병하기 직전, 승상께서 따로이 저를 불러 주머니 하나를 주셨습니다. 위급하고 방도를 찾을 수 없을 때 풀어보시라 하였으니, 그 안에 아무래도 계책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지금 저희는 앞뒤로 적을 맞아 커다란 위험이 닥친 바, 승상의 계책을 사용할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유비는 관평의 말을 듣고 직접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관평에게 보내는 편지와 한 가지 계책이 들어있었는데, 지금 유비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으며 계책 또한 절묘하였다. 또한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유비를 걱정하며 충성을 다할 것을 당부하니, 유비의 가슴 속엔 깊은 슬픔과 후회가 자리잡았다.
아아, 나는 정말로 아둔한 물고기요, 공명은 그런 내게 하늘이 내려주신 깊은 물이다, 내가 어찌 그것을 잊었던가! 물고기가 주제를 잊고 물을 벗어나면 말라 죽는 것이 응당 당연한 일일진데, 공명의 덕과 충심은 마르지 않는 하해와 같으니, 천리 밖의 물고기에게도 살아날 방도를 내어주는구나! 무사히 돌아가거든 반드시 공명을 찾아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리라!
그리고 좌우의 장수들을 불러 공명의 계책을 따르도록 하니, 짓쳐드는 동오의 군사들을 막아내고, 꺾이고 상한 병사들이나마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